농지개량기준 신설에도, 불법 성토 여전
농지법 개정 홍보 미흡, 농지 환경 보존 인식 부족
불법 성토자에게만 책임 묻고, 배출자는 모르쇠
[부산=환경일보] 장가을 기자 = 부산 건설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유기물질이 많이 섞인 건설 폐토석이 밀양과 김해시 농지 등에 불량 성토 중이라는 제보가 있어 지난 1월20일 해당 현장을 취재했다. 밀양시 내 농지에 불량 성토 중이거나 성토가 끝난 6곳이다.
1월22일 밀양시청 허가과 농지 담당 주무관을 만나 현장 사진을 보여주며 상황을 설명했다.
이 담당자는 “밀양시 삼랑진읍 해당 지역은 산지 전용 허가가 나 있다. 미전리 쪽은 성토가 끝난 상태고 율동리 두 곳은 한 구역으로 보는데 부적합한 성토 성분과 배수 불량으로 현재 공사 중지와 원상회복 명령이 내려진 상태로 경찰에 고발 조치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태리의 2곳 역시 부적합한 성토 성분에 성토 높이가 1m를 초과한 데다 배수 불량으로 공사 중시와 원상회복 명령에 고발 조치가 돼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일반적으로 건설 폐기물 종류 중 건설 폐토석인지 아닌지 눈으로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환경부 토양과 담당자에게 문의하니 염분 수치가 높은 토석의 경우 건설 폐기물로 보긴 어렵다고 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어 “원상회복 명령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해야 하고 이행하지 않을 시 행정대집행을 진행해야 하는데 국민 세금을 써야 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덧붙여 “기존 농지법은 배출자(반출처)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농지에 성토한 행위자에게만 책임을 물었다. 근원적으로 불량토 배출 자체를 제한하지 못하니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조치라고는 사후행정에 불과했다“며 “행위자와 농지 소유자가 사토비를 받아 수익을 얻기 때문에 이런 행위가 계속 이어진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며칠 뒤 밀양시 상남면 평촌리 지역 역시 불법 성토 현장 제보가 들어와 이를 담당 주무관에게 알렸고 현장을 확인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정부는 2025년 1월3일부터 농지법 시행규칙 별표4에 농지개량기준을 신설해 시행 중이다.
농지개량은 농지의 생산성을 높이고자 농지의 형질을 변경하는 행위로 농지의 구획정리나 개량시설 설치 또는 ▷객토 ▷성토 ▷절토 또는 암석채굴 행위를 말한다.
농지개량 행위 신고가 의무화돼 농지개량을 위해 성토와 절토를 할 경우 사전에 농지 소재 시‧군‧자치구 농지 부서에 신고해야 한다.
개량기준 미준수 또는 개량행위 미신고 시 원상회복 명령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성토 또는 절토하려는 필지 면적이 1000㎡ 이하 그리고 성토 높이 또는 절토 깊이가 50cm 이내인 경우 '국토계획법'에 따른 개발행위 허가 대상인 경우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실시하는 농지개량 그리고 재해복구나 재난수습에 필요한 응급조치 목적일 때는 제외된다.
농지개량 기준도 변경됐다. 농지개량 행위는 농지개량의 목적에 적합해야 하는데 농작물을 경작하거나 다년생식물을 재배하는데 필요한 범위 이내여야 하고 인근 농지의 농업경영과 인근 시설에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 피해가 예상되면 안전조치 즉 흙막이나 옹벽 등을 구축해야 한다.
성토 기준 또한 명확해졌다. 첫째, 농작물 경작에 적합한 흙을 사용할 것. 둘째, 농작물 경작에 부적합한 토석 등을 사용하지 않을 것. 셋째,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른 1지역의 토양오염 우려 기준을 초과하지 않을 것. 넷째, 토양 성분 기준 즉 ▷ph 5.0 이상 7.5 이하 ▷전기전도도 즉 염분 수치는 2.0 이하 ▷모래 함량은 70% 이하를 충족해야 한다.
해당 지역에서 채취한 일부 토사의 ph를 측정했다. 산성과 염기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인 ph가 7이면 중성, 7보다 작은 값이면 산성, 7보다 큰 값은 염기성으로 판단하는데 채취한 토사 ph는 10~12로 나타났고 염분 수치 역시 10 또는 10 이상으로 ‘High’ 수치를 기록해 바뀐 농지개량법 성토 기준에서 한참 벗어난 상태였다.
다음 날인 1월23일 불량토 성토 현장인 김해시 한림면,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그리고 김해시 진례면 청천리 현장을 둘러보고 성토 토석 상태를 확인했다.
이후 김해시 농업정책과를 방문해 취재한 결과 담당 주무관은 “매번 현장을 지키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바뀐 농지개량법이 올해 1월3일부터 시행됐으니 그 전에 성토했거나 성토 중인 토석은 바뀐 법에 저촉받지 않아 처벌하기도 어렵다. 다시 현장에 나가 상황을 확인하겠다”고 답변했다.
취재진이 김해시청을 찾은 이후 김해시 한림면 가동리와 진례면 청천리 지역에서 계속 불량 성토 중이라는 제보가 이어졌다.
지난 2월10일 다시 찾아간 현장은 대형 트럭이 바삐 오가며 성토 중이었다. 성토한 토석을 채취해 염분 수치를 측정하니 10 이상인 ‘High’로 나타났다.
다시 김해시 농업정책과로 찾았고, 이 담당자는 “원상회복 명령을 내릴 때 딱히 기한을 적시하진 않지만 통상 한 달 정도로 생각한다. 이후 이행하지 않으면 원상회복 촉구 명령을 내리는데 또 한 달 정도가 흘러간다. 명령 조치를 내린 후 계속 성토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달리 없다”고 말했다.
이에 취재진은 “밀양시청 허가과 농지담당자는 원상회복 명령을 내리면서 공사 중지 명령을 같이 내려 성토 자체를 하지 못하도록 강력히 조치한다고 들었다. 김해시도 그런 방법을 취할 순 없었나”라고 물었다.
이에 담당 주무관은 “과거 시에서 공사 중지를 내렸는데 오히려 업체에서 시에 구상권(다른 사람의 빚이나 손해를 대신 갚은 사람이 그 비용을 원래 책임이 있는 사람에게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을 청구해 담당자들이 골머리를 앓는 경우가 많았다“고 호소했다.
이어 “업체 이야기로는 현장 작업 중단 시 하루 손해가 500만원 이상이라고 했다”라고 밝혔다.
취재진은 농지에 재생 골재를 깔고 작업한 뒤 이를 제거하지 않고 그 위에 성토하는 장면을 찍은 드론 사진도 보여줬다.
그리고 “농지의 객토‧성토‧절토 관련 세부 기준(시행규칙 별표 4)에 따르면 농작물 경작 등에 부적합한 토석 등 ‘폐기물관리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폐기물 또는 그 폐기물을 혼합한 토석, 갯벌흙, 오염된 침전물 등 토양과 수질 오염의 우려가 있거나 농지의 생산성 저하 우려가 있는 토석을 사용해 성토하지 않아야 한다‘라고 기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생 골재 제거 비용을 줄이려고 사용한 재생 골재 위에 성토해도 되는 것인지, 농지 소유자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는지 질문했다.
그러자 담당자는 “행위자가 농지 소유주와 담합해 성토하는 일이 암암리에 계속 진행 중이다. 토양과 수질 오염의 우려가 있는 토석이나 염분 수치가 높은 토석을 성토했다고 해서 큰 문제의식을 느끼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시간이 흘러 눈과 비가 내리면 땅에 염분 등이 스며들어 자연히 중화된다고 생각한다. 담당 공무원들이 현장에 계속 상주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염분 수치가 높은 토양은 삼투압 증가와 이온 독성 그리고 영양소 불균형 등의 문제가 발생해 식물이 정상적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특히 나트륨(Na+)과 염소(Cl-) 이온이 과도하게 축적되면 작물의 수분 흡수 능력이 떨어지고 생장 속도가 늦춰지며 심할 경우 죽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늦은 감이 있지만 2025년 1월3일 시행된 바뀐 농지개량법은 양질의 농토를 보존하는 데 꼭 필요한 ’희소식‘이다.
하지만 홍보 부족으로 아직까지 바뀐 농지개량법을 모르는 이들이 태반이고 행위자가 농지 소유주에게 얼마의 돈을 주고 담합해 ph와 염분 수치가 높은 흙을 성토하는 현장은 밀양시와 김해시 농지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니다.
농지는 우리나라 식량 안보와 농업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자산이다. 이번에 바뀐 농지개량법은 과도한 성토와 절토로 농지의 생산성이 저하되거나 주변 농경지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빈번한 탓에 농지의 효율적 이용과 불법 사용을 방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우선, 농지개량 행위 신고 의무화 기준이 강화됐다. 농지 소유주는 농지의 성토와 절토 시 반드시 사전 신고가 의무화된 점을 명심해야 한다.
신고 시 농지 성토에 사용되는 토양의 종류와 성분 기준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는 것, 불법 성토로 인근 농지나 도로, 수로 등에 피해를 주는 행위가 금지된다는 것 또한 널리 알려져야 한다.
위반 시 처벌이 강화돼 신고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신고할 경우 원상회복 명령이 내려지고 농지 훼손이 심할 경우 공사 중시 명령과 형사 처벌을 받는다는 점 또한 명심해야 한다.
부산시 또한 “관할이 아니다, 권한이 없다”라는 말만 반복할 게 아니라 왜 부산 공사 현장에서 반출된 토석이 밀양과 김해 등지의 농지에 불량 성토되고 있는지 그 이유를 명확히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부산 지역에 성토할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부산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토석을 먼 지역까지 싣고 가서 성토하는 데 들이는 비용도 만만찮다.
부산 내에서 재활용해 수급하는 다각적인 방안을 찾는 것 또한 농지 환경을 보존하고 자원을 절약하는 차원에서 유연하고 합리적이며 효율적인 행정적 태도가 아닐지 적극 고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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