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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의날 특별기고]임업이 있어야 사람이 살고 지역도 산다

더좋은환경 2025. 6. 2. 16:41

이우균 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부 교수

 

이우균 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부 교수 /사진=환경일보DB

[환경일보] 우리나라는 국토의 63%가 산림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그곳에는 사람이 거의 없고, 산림을 기반으로 한 임업도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는 산림을 중요한 이산화탄소 흡수원이자 생물다양성의 보고라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산림을 담당할 주체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는 상태다. 국가도, 지자체도, 산주도 모두 주체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일을 추진하려면 여러 제약에 부딪힌다. 특히 산주 입장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숲은 있지만 사람이 없고, 임업도 없다

탄소중립과 기후위기 대응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은 줄이고, 흡수량은 늘려야 한다. 산림지는 농경지, 초지, 습지 등과 함께 중요한 탄소 흡수원이자 생물다양성의 보고다. 그러나 국가 차원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탄소중립 전략을 살펴보면, 농경지, 초지, 갯벌 등 토지를 기반으로 한 농축수산업은 주요 배출원으로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흡수원’은 있으나 이를 위한 임업은 별도로 다루어지지 않는다.

산림이 많아 탄소흡수량이 높은 산촌 지역일수록 인구 감소율과 고령화율이 높다. 숲은 존재하지만 사람이 없고, 산림 및 농지 등 흡수원 기반의 산업은 더욱 취약한 구조인 것이다. /사진=환경일보DB

 

 

2021년 기준으로 4000만 톤의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산림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인 ‘임업’은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 전략 안에서 실질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농축수산업이 토지 기반 흡수원에서의 배출을 줄이는 주체인 것처럼, 임업은 흡수원인 산림지에서의 흡수량 증진과 유지를 책임지는 산업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임업이 제도적으로 부재하다는 것은 흡수원 관리를 사실상 정부의 역할로 남겨두는 셈이지만, 그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전략은 찾기 어렵다. 국가 탄소중립 달성에 220만 임업인은 설자리가 없는 것이다.

산림은 있지만 지역은 소멸되고 있다

왜 이런 문제가 생길까? 우리나라에서는 탄소중립을 달성한 기초지자체와 마을이 보고되고 있다. 아래 지도를 보면 탄소중립 달성 지역, 산촌, 인구감소 지역의 분포가 유사함을 알 수 있다. 산림이 많아 탄소흡수량이 높은 산촌 지역일수록 인구 감소율과 고령화율이 높다. 숲은 존재하지만 사람이 없고, 산림 및 농지 등 흡수원 기반의 산업은 더욱 취약한 구조인 것이다.

지자체 단위에서 탄소 흡수원이 지역 발전과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이 명확히 드러난다. 지난번 경북 산림 피해 지자체 중 의성군, 청송군, 영양군, 영덕군, 산청군은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흡수량이 많은 역배출(Negative Emission)로 탄소중립이 달성된 기초지자체였다. 그러나 이들 지자체가 매년 초과 흡수하는 111만 톤에 해당하는 탄소가치에 대해 아무런 보상 또는 지원도 받지 못했다. 이는 국가도, 지자체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부분이다.

탄소중립 달성한 기초지자체와 마을. 탄소중립 달성 지역, 산촌, 인구감소 지역의 분포가 유사함을 알 수 있다. /자료제공=이우균 교수

 

 

국가 차원에서는 산림을 탄소 흡수원 및 생물다양성을 위한 자연자산으로 보지만, 지자체 차원에서는 지역 발전의 터전이며, 산주와 주민에게는 소득과 일자리가 확보되어야 하는 삶의 공간이다. 산림은 온실가스 흡수, 생물다양성 등 생태계 서비스 측면에서는 큰 가치를 지니지만, 이 서비스가 지역 발전과 주민 삶의 질 향상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탄소중립과 생물다양성은 전 지구적인 과제이지만, 그 실현 무대는 결국 지역이다. 지역의 대응력이 없이는 탄소중립 달성도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다. 국가의 자연자산인 산림이 지역 발전과 주민 소득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임업’이라는 토지기반 산업의 역할이 절실하다. 유엔 생물다양성협약과 기후변화협약에서도 자연 기반 해법의 성공을 위해서는 생태계 보전과 함께 지역 주민의 생계 기반 보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산림 생태계 서비스가 지역발전으로 이어져야

탄소중립 마을 분포를 보면 해법은 분명하다. 산림의 탄소 흡수, 생물다양성 등 생태계 서비스 가치가 주민의 생활과 지역 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지불되지 않았던 이산화탄소 흡수, 생물다양성 등의 사회적 가치가 금전적으로 보상되어야 한다.

우선 국가 차원의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산림의 탄소 흡수량이나 생물다양성 보전 활동에 대해 지역 단위 보상 및 지원 시스템을 도입하고, 산림경영 인증, 탄소크레딧 환원, 지역형 기후 및 생태 배당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산림의 사회적 가치가 임업인과 주민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탄소 흡수량과 생물다양성이 높은 지역을 ‘탄소중립 마을’로 지정하고, 이 지역에 기후변화 감축 차원의 노후 농산촌 주택의 에너지 효율화 사업, 기후변화적응 및 생물다양성 제고를 위한 환경 개선 사업 등의 예산투입으로 인구 유출을 방지해야 한다. 생태계 서비스가 임업인과 주민의 삶에 기여할 때, 그 가치를 유지하려는 동기 또한 지속 가능해진다.

보다 적극적으로는 인구 유출을 막는 것을 넘어, 사람이 다시 유입되도록 해야 한다. 이는 단지 국가 차원의 정책과 예산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자체 차원의 지역산업 지원이 필요하다. 탄소중립 마을에서 다양한 국가 사업이 산주와 지역 주민 중심의 ‘상생 임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자체의 적극적인 행정 지원이 있어야 한다. 국가 지원금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자생력을 갖춘 지역산업으로 산림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지역을 살리는 ‘지역생생임업’으로

산림을 기반으로 한 산업은 단순한 나무 생산을 넘어서야 한다. 나무를 심고, 가꾸고, 수확하는 순환임업, 생산된 장수명·친환경 목재제품을 지역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목재임업, 생물다양성, 휴양 등 환경생태 서비스를 시장가치화 하는 환경생태임업, 산불·산사태·병해충 등을 예방하는 기후재난예방임업, 임산물에서 고부가가치의 바이오차, 바이오에너지, 유용 화학물질 등을 생산하는 생물공장임업 등이 지역 경제 내에서 산업으로 실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자체의 행정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그렇게 되면 일자리와 소득이 창출되고, 사람이 돌아올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지역상생임업이다.

이미 탄소중립을 달성했지만 인구 소멸 위험이 높은 탄소중립마을에서 시작하는 ‘지역생생임업’은 인구 소멸을 막고, 지역 발전과 국토 균형 발전을 이끌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탄소중립마을이 인접 도시와 연계되는 탄소중립 벨트로 이어질 때 국가차원의 탄소중립 달성이 실현될 수 있다. 이를 위한 지역생생임업은 토지 기반 산업이자 환경생태 산업으로서, 청년 정착, 고령자 일자리, 사회적 경제모델과의 연계 가능성도 높다. 결과적으로 마을 단위의 자립성과 기후 회복력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다.

국가의 자연자산, 지자체의 지역 발전 터전, 임업인 및 주민의 안정적 소득원과 생활 터전을 담당하는 산림 및 상생임업은 국가-지역-개인을 잇는 통합 행정이 필요하다. /사진=환경일보DB

 

 

지역상생임업을 중심에 두는 국가 조직이 필요

지금은 기후위기, 생물다양성 손실, 지역 소멸 등 복합 위기가 중첩된 전환기다. 이러한 시점에서 산림 및 임업정책은 단순한 부처 운영의 문제가 아닌, 국가 차원의 정책 시스템 대전환을 요구한다. 국가의 자연자산, 지자체의 지역 발전 터전, 임업인 및 주민의 안정적 소득원과 생활 터전을 담당하는 산림 및 상생임업은 국가-지역-개인을 잇는 통합 행정이 필요하다.

산림을 각 부처의 이해관계에 따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국토균형발전을 이루는 ‘지역 상생임업’의 대상으로 인식해야 한다. 산림은 전 지구적 환경에 기여하는 국가의 자연자산이며, 지역 소멸을 극복하고 발전을 견인하는 터전, 주민의 안정적인 생활 기반이다. 따라서 정부 조직은 이러한 다면적 성격을 반영해 산림정책을 복합적인 통합정책으로 운영해야 하며, 이를 조율하고 선도할 강력한 중앙 컨트롤타워가 지금 절실히 요구된다.

*기사 원문https://cms.hkb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977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