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소비자 전기요금으로 화력발전 연명하나?

더좋은환경 2026. 1. 9. 09:36

발전 여부와 무관한 용량요금··· “노후 석탄 퇴출 늦춰” 지적
“기후 공범 만들지 말라” 소비자 72명, 규제정비요청서 제출

 

기후솔루션과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는 6일 광화문 광장에서 용량요금 규제정비요청서 제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제공=기후솔루션 출

 

 

[환경일보] “전기소비자를 기후위기 공범으로 만들지 말라.”

전력공급 안정성을 명분으로 도입된 용량요금이 노후 석탄화력의 수명을 연장하는 ‘연금’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기후솔루션과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는 6일 광화문 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화석연료 발전을 보조하는 용량요금 지급 구조를 문제 삼아 규제정비요청서를 규제개혁위원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규제정비요청은 현실과 맞지 않거나 국민에게 불편을 주는 법령·제도를 고쳐달라고 정부에 공식 제안하는 제도다. 단체는 현행 용량요금 제도가 실제로 전력을 생산하지 않더라도 화력발전소의 지속 운영을 보장하는 구조로 설계돼 있으며, 그 비용이 전기요금이라는 형태로 전기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후솔루션 최호연 변호사는 “기후변화 대응 활동을 하는 변호사이자 전기를 쓰는 한 명의 소비자로서, 노후 화력발전소 퇴출 지연의 공범으로 만드는 현행 용량요금 제도의 정비를 요청하는 규제정비신청서를 72명의 전기소비자들과 함께 제출했다”고 밝혔다. 

최 변호사는 “현행 용량요금 제도는 화력발전소가 실제로 발전하지 않더라도 고정비를 회수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며 “1997년 기준 비용에 물가상승률을 지속해서 반영한 기준용량가격, 환경기여도가 삭제된 성과연동형용량가격계수, 실제 발전 여부와 무관한 지급 구조로 인해 화력발전소가 최소 30년 동안 연금처럼 용량요금을 받아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구조는 노후 화력발전소의 시장 잔존을 허용해 기후위기 대응과 석탄발전 조기 퇴출을 방해하고 있으며, 용량요금이 더 이상 화력발전 보조금으로 쓰이지 않도록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서아론 국장은 “전기요금 속 용량요금제가 노후 석탄화력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사실상의‘ 연금’ 역할을 하며, 그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는 현실을 비판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서 국장은 “용량요금은 본래 전력공급 안정성을 위한 고정비 보전 장치였지만, 실제 발전량과 관계없이 ‘준비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지급되는 구조가 노후 석탄을 붙잡는 유인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그 결과 석탄화력의 단계적 퇴출과 재생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시장 신호가 왜곡된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는 전기요금에 포함된 용량요금이 화력발전의 연명을 구조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환경일보DB

 

 

그는 또 “용량요금은 전력시장 정산을 통해 결국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의 전력구입비로 반영돼 전기요금 형태로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며 “기후위기 시대에 소비자가 더 이상 수명을 다한 석탄발전의 유지비를 부담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투자비를 회수한 석탄발전에 대한 과잉보상은 전환에 쓰여야 할 재원을 갉아먹는다”며 “전기요금은 노후 석탄의 후원금이 아니라 미래의 깨끗한 전력체계를 위해 쓰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소비자를 대표하는 동시에 규제정비요청서 신청인인 정영란씨는 “매달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보는 평범한 소비자로서, 내가 낸 전기요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알 수 없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라고 느꼈다”며 “에너지 전환이 늦어질수록 그 부담은 요금 인상, 에너지 가격 불안, 기후재난과 건강 피해로 다시 소비자에게 돌아온다”고 말했다. 정 씨는 “기후위기 시대에 소비자는 더 안전하고 깨끗한 전력으로 전환하기 위한 비용을 부담할 준비가 돼 있지만, 전환을 늦추는 구조를 유지하는 데까지 비용을 낼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단체는 이러한 제도 설계가 막대한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2024년 기준 한전의 총 전력구매비용 73조7807억원 중 용량정산금은 8조2274억원으로 전체의 11.1%를 차지하며, 이 가운데 74.8%인 6조1546억원이 석탄과 가스 등 화석연료 발전에 지급되고 있다. 이는 전체 전력구매비용의 약 8.3%가 발전 여부와 무관하게 화석연료 발전의 고정비 보전에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로, 단체는 전기요금에 포함된 용량요금이 화력발전의 연명을 구조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재명 정부가 탄소중립 달성과 재생에너지 100GW 확대라는 분명한 국정 목표를 제시한 만큼, 전력시장 보상체계 역시 화석연료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에너지 전환을 가속하는 방향으로 정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행 용량요금 제도가 화력발전의 지속 운전을 구조적으로 뒷받침하며 전기소비자의 부담을 키우고 있는 만큼, 이를 바로잡지 않고서는 탄소중립 목표와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실현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규제개혁위원회는 용량요금 제도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정규제임을 인정하고,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용량요금 제도를 개편해 기준용량가격을 재산정하고 환경기여도를 재도입하고, 에너지 전환의 조속한 이행을 위해 전력시장 보상제도를 개편해 전기요금이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체계에 활용되도록 할 것 등을 요구 사항으로 제시했다.

이날 현장 참가자들은 “전기소비자를 기후위기 공범으로 만들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은 피켓을 들고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사진제공=기후솔루션

 

 

기후솔루션과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는 이번 규제정비요청은 단순한 요금 인하 요구가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달성을 가로막는 제도적 구조를 바로잡기 위한 전기소비자들의 직접적인 문제 제기이며, 용량요금 제도가 더 이상 화력발전의 연명을 돕는 보조금으로 작동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기사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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