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령 개정 추진에 위임입법 한계, 운영 실측평가 제도화 쟁점
SPF 기준, 지역 가중치, 사후관리 없이 ‘인정 확대’ 우려 제기

[국회=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정부가 추진 중인 공기열 히트펌프의 재생에너지 인정 확대 정책을 둘러싸고, 성능 기준과 검증 체계 없이 보급과 예산부터 앞세우는 방식에 대한 우려가 국회에서 집중 제기됐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소희 의원(국민의힘)은 1월 21일 국회에서 ‘히트펌프 과연 재생에너지인가?’를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개최하고, 공기열 히트펌프 재생에너지 인정 정책의 쟁점과 문제점, 제도적 대안을 논의했다.
이번 토론회는 정부가 공기열 히트펌프를 재생에너지 범주에 포함시키는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기술적 타당성·탄소 감축 효과·시장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기 위해 마련됐다.
“재생에너지 인정부터 서두르는 방식 위험”
이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열 부문 저탄소 전환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성능 기준·산정 방식·검증 체계·사후 관리 없이 ‘재생에너지 인정’부터 서두르는 정책 방식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경희대 기계공학과 홍희기 교수는 공기열 히트펌프가 공급하는 총 열량을 그대로 재생에너지로 간주하는 접근에 문제를 제기하며, 재생으로 인정되는 열량은 총 공급 열량에서 전력 투입분과 전력 생산 과정의 화석연료 기여까지 고려해 엄격히 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성능이 낮은 설비는 탄소중립 수단이 아니라 오히려 배출 증가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실측 데이터 기반의 성능 기준과 검증 체계 설계가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생에너지로 먼저 인정하는 것은 정책적 위험이 크다”고 밝혔다. 특히 외기온도가 낮아질수록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공기열 히트펌프의 특성을 고려할 때, 동절기 실측 성능을 반영하지 않은 탄소 산정은 현실을 왜곡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용성·시장 리스크도 쟁점··· “설비 한 대 지원으로 해결 안 돼”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숙명여대 기계시스템학부 임용훈 교수는 공기열 히트펌프 보급 확대에 따른 시장 및 수용성 리스크를 짚었다.
임 교수는 공동주택에서 급탕(온수) 공급의 반응성과 품질 문제가 가장 큰 민원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히트펌프는 구조적으로 급탕 응답이 느려 민원이 폭증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한 개별 보일러 대체를 전제로 할 경우 축열조, 보조열원, 배관 공사 등 추가 설비 비용이 필수적으로 수반돼 “설비 한 대를 지원한다고 해결되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정부 정책이 유럽의 보급 숫자나 제도만을 단순히 참고하기보다, 국내 전력 믹스와 기후 조건을 반영한 실제 운전 효율(SPF)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진 전문가 토론에서도 ‘설치 실적 중심’ 정책의 한계가 반복적으로 언급됐다. 서울시 건축기획과 김승환 건축설비팀장은 인허가·행정 집행 관점에서 “설치 의무를 맞추기 위해 보급됐지만 실제로는 운영되지 않는 설비가 반복돼 왔다”며, 공기열 히트펌프 역시 기준과 운영관리 체계가 미비하면 같은 실패를 되풀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산업연구원 이슬기 연구위원은 현행 재생열 제도가 설치 시점 성능만을 기준으로 실적화하는 구조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하며, 운영 평가(실측) 체계를 병행해야 재생열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오세신 연구위원 역시 “유럽처럼 구동 전력 투입분을 제외한 순 열량만을 재생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 “기준 강화·시범 보급으로 제도 보완”
법률 전문가들은 공기열을 시행령 개정으로 재생에너지 범주에 포함시키는 방식에 대해 위임입법 한계 문제를 제기하며, 국회 논의를 통한 법률적 정비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정부 측으로 참석한 기후에너지환경부 관계자는 정책 대상은 난방·급탕용 공기-대-물 히트펌프에 한정되며, 재생에너지 인정 기준도 유럽보다 높은 SPF 기준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국내 외기온 특성을 반영한 지역별 가중치 적용, 저 GWP 냉매 사용 설비만을 대상으로 한 인증, 온난 지역 중심의 시범 보급 사업을 통해 제도를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토론회를 주최한 김소희 의원은 “열 부문 저탄소 전환의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지만, 정부 지원으로 한 번 설치되고 작동하지 않은 채 10년, 15년 방치되는 구조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며 “운영 평가(실측) 체계 제도화를 포함해 실질적인 건물 부문 저탄소 전환이 이뤄지도록 입법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공기열의 재생에너지 범주 포함을 시행령 개정으로 추진하는 방식의 적정성과 함께, 산정·검증·운영 평가를 포함한 제도 설계를 법률 차원에서 정비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기사 원문
“이게 재생에너지?” 공기열 히트펌프 속도전 논란 < 연재 < 기후변화 < 환경뉴스 < 기사본문 - 환경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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