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클린에어 기후테크 글로벌 컨퍼런스 2]
적응·재난·자연자본·물순환·탄소제거까지··· 지자체 실행모델로 연결
대구는 수송·전력 집중관리, 광주는 기후인지예산제,
수원·부천은 시민·플랫폼으로 성과화
순환경제·에코디자인 규제 확산···
ESPR·DPP·PPWR 대응이 기업 ‘전사 과제’로

[킨텍스=환경일보] 김인성·박준영 기자 = 최재천 국립강릉원주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시작된 ‘탄소중립과 클린에어 기후테크 글로벌 컨퍼런스’의 둘째 날에는 탄소중립 연구·기술 개발과 지자체 혁신, 순환경제와 에코디자인을 주제로 한 세션이 이어졌다.

지역 탄소중립과 기후위기 대응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지역 단위 데이터’, ‘작동하는 제도’, ‘현장형 인프라’를 한 묶음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나아가 기후위기 적응사회로의 전환, 재난관리 체계의 한계, 자연자본 공시 확산, 물순환 중심 도시 회복탄력성, 투수포장 기반 탄소제거 기술 등 제시된 해법은 다양했지만, 공통적으로 ‘정량 지표로 검증 가능한 실행 체계’가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축사에서 이창석 국립생태원 원장은 “우리는 전 지구적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라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며 기후위기 대응을 ‘감축’만이 아니라 ‘생태계·경제·사회가 얽힌 복합위기’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생물다양성 과학기구 보고서를 인용해 전 세계 생물다양성이 약 6% 감소했고, 그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연간 최대 25조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원장은 이번 ‘탄소중립과 클린에어 기후테크 글로벌 컨퍼런스’를 기후위기·환경오염·대기질 악화에 대응하기 위한 논의의 장으로 규정하며, 연구·기술 개발, 제도와 전략, 지자체 혁신, 순환경제·에코디자인 실천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국립생태원이 기후변화 영향평가, 생물다양성 보전·복원, 자연기반해법 연구를 추진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자연자본 관점에서 TNFD 원칙·프레임워크 기반 연구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생태복원과 서식지 회복을 통해 탄소흡수원을 늘리고 지역 생물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 연구, 지역 단위 생태·기후 리스크 통합 시나리오 모델과 데이터 플랫폼 확대 등으로 지자체 탄소중립 계획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손민수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첫 문장부터 ‘지역 데이터’를 꺼냈다. 그는 “기후변화 적응사회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지역 단위 데이터 구축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광역과 기초지자체가 같은 폭염을 맞더라도 피해 양상은 다르게 나타난다고 보고, 지역 특성이 반영된 자료를 기반으로 대응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손 연구위원은 정책이 근거를 갖추고 시민이 참여하는 과정으로 설계될 때 실행력이 생긴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근거 기반의 투명하고 참여 지향적인 정책이 다양한 주체의 자발적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난의 장면으로 시선을 옮긴 오윤경 한국행정연구원 재난안전연구실장은 기후위기 위험을 단일 부서의 과제가 아니라고 못 박았다. 오 실장은 “기후변화 위험은 특정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경제·문화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는 대응의 무게중심을 재난안전 영역에만 두면 놓치는 구멍이 커진다는 취지로, 모든 정책이 기후 위험을 기본값으로 두고 움직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분석과 정보 공유가 늘어야 현장의 판단 속도도 올라간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오 실장은 “모든 정책 영역에서 기후변화 영향을 고려하고 분석과 정보 공유를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현심 랜드네이처 대표는 자연환경 복원과 조경의 언어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첨단기술과 AI 발전이 자연환경 복원과 조경 분야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좋은 의지’만으로는 부족해지고, 계획·설계·환경영향조사·효과 분석까지 데이터를 통해 설명하는 흐름이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연을 다룬다는 말이 곧 ‘측정하고 입증한다’는 말로 옮겨가는 셈이다. 박 대표는 “계획·설계·환경영향조사·효과 분석 등에서 AI 활용이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시를 버티게 하는 힘을 묻자 최종수 LH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은 물을 꺼냈다. 최 연구위원은 “도시는 기후변화에 맞서는 회복탄력성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폭우가 오면 잠기고, 더위가 오면 달아오르는 도시의 증상은 결국 물이 머물고 스며들고 증발하는 과정이 끊긴 데서 시작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는 물순환촉진법과 물순환 촉진사업을 언급하며, 도시의 대응을 제도와 사업으로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연구위원은 촉진사업이 사회·경제적 편익을 설득력 있게 보여줘야 한다고도 말했다.

백원옥 한국물순환협회 회장은 도시 바닥을 다시 보자고 했다. 백 회장은 “기후위기 대응은 적극적인 탄소 포집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토양의 기능을 활용한 DAM(광물탄산화) 기술을 투수포장에 적용하면, 물이 스며드는 길을 복원하는 동시에 탄소중립을 함께 노릴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빗물이 지나가는 길’이 ‘탄소를 붙잡는 길’이 될 수 있다는 발상이다. 백 회장은 “토양의 힘을 활용한 DAM(광물탄산화) 기술을 투수포장에 적용해 도시의 탄소중립과 물순환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자체 탄소중립, ‘사업’이 아니라 ‘운영 시스템’으로
이어지는 오후 1세션에서는 조경두 서울시립대 도시과학연구원 연구위원이 좌장을 맡아 지자체 탄소중립 추진 사례와 데이터 기반 정책 내재화 전략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날 발표에서 지자체는 탄소중립을 ‘사업 목록’이 아니라 ‘운영 시스템’으로 다루는 흐름을 보여줬다. 배출 비중을 먼저 쪼개는 도시, 예산 편성에 감축효과를 심는 도시, 시민 참여를 수치로 환산하는 도시, 현장 데이터를 플랫폼에서 성과로 묶는 도시가 각자의 방식으로 실행 모델을 내놓았다.

나아가 연사들은 ‘무엇을 줄일 것인가’를 넘어 ‘어떻게 굴릴 것인가’로 화제를 옮겼다. 배출 구조를 쪼개고, 예산 편성에 감축효과를 심고, 시민 실천과 현장 데이터를 플랫폼에서 성과로 묶는 방식이 잇따라 제시됐다.

남광현 대구광역시 탄소중립지원센터장은 대구의 배출 구조를 먼저 꺼냈다. 그는 “대구는 온실가스 직접배출의 47%가 수송 부문에 집중돼 있으며, 간접배출의 53%는 전력 부문이 차지한다”며 수송과 상업·공공 전력 부문을 집중 관리하는 전략을 소개했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대구의 2020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약 1439만톤이며, 직접배출은 약 678만톤, 간접배출은 약 761만톤으로 제시됐다. 남 센터장은 배출 비중이 큰 영역을 ‘관리 단위’로 쪼개야 정책이 움직인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는 교통 부문에서는 친환경차 보급과 대중교통 전환, 건물 부문에서는 노후 건축물 개선 같은 과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김태호 광주탄소중립지원센터장은 ‘예산을 정책의 엔진으로 쓰는 방식’을 전면에 놓았다. 그는 “예산과 기금 사업이 온실가스 감축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분석해 재정 운영에 반영하는 기후인지예산제를 추진하고 있다”며 “예산 편성과 집행 과정 전반에서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평가하고 환류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광주는 주요 행정계획을 대상으로 사전검토 체계를 운영하고, 관련 조례에 따라 대상 계획을 관리하는 구조를 소개했다. 김 센터장은 직전년도 탄소배출정보 생산과 주요 지표 변화 분석을 통해 정책 추진과 성과분석을 연결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그는 결국 예산의 흐름이 바뀌어야 정책이 바뀐다고 강조했다.

강은하 수원시 탄소중립지원센터장은 시민 일상에서 탄소중립이 작동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그는 “지자체의 자율적인 예산 확보와 탄소감축·적응사업의 통합 추진이 중요하다”며 시민 참여 활성화와 원스톱 정책 전달 체계 구축 필요성을 강조했다.
수원은 리빙랩 방식의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참여 전후 탄소배출량 변화, 다회용품 사용 확대에 따른 감축량 등을 수치로 제시했다. 주거 분야에서는 에너지 효율 개선 지원사업을 통해 에너지 사용량과 CO₂ 배출량이 감소하고 전기요금이 절감됐다는 결과도 함께 소개했다. 강 센터장은 생활 속 실천이 ‘참여 캠페인’에 머물지 않도록 정책 전달과 지원 체계를 한 번에 묶어야 한다고 밝혔다.

최정화 부천시 탄소중립대응팀장은 플랫폼을 ‘성과’로 이어주는 도구로 정의했다. 그는 “흩어진 데이터를 탄소 성과로 전환하는 플랫폼 구축이 핵심 과제”라며 “원격 진단과 유지관리 솔루션을 통해 관리 효율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출장과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부천은 분산된 탄소중립 활동과 데이터를 정량 성과로 바꿔 가시화하고, 참여 확산과 정책 의사결정으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유지관리 분야에서는 측정기 오류를 사전에 파악하고 원격 제어로 대응하는 방식이 소개됐고, 출장을 줄였을 때 비용 절감 효과를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최 팀장은 ‘관리 효율’ 자체가 탄소 감축과 직결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순환경제·에코디자인 규제, 유럽 시장 ‘출입 조건’이 되다
2일차 마지막 세션인 ‘순환경제·에코디자인 규제 대응’ 논의는 그 변화를 정면으로 다뤘다. 연사들은 순환경제를 ‘환경 캠페인’이 아니라 산업 전략으로 놓고, EU 규제가 기업의 설계·조달·정보 공개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허탁 건국대 명예교수는 순환경제를 ‘제품 수명’에서 출발시켰다. 그는 “순환경제는 제품 수명 연장과 재사용·재활용을 통해 고용 창출 효과가 큰 산업 구조”라며 “자원순환의 산업화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전 과정 관점에서 애초에 분해·수리·회수·재활용이 쉽게 설계돼야 자원이 경제 시스템 안에서 다시 돈다고 설명했다. 순환경제는 폐기물을 줄이는 데서 끝나지 않고, 2차 원료 시장과 투자·세제·표준이 함께 맞물려야 굴러간다는 메시지도 이어졌다. 규제만 세우면 시장이 따라온다는 낙관을 경계하며, 인센티브와 시장 설계를 함께 보자는 ‘균형론’도 제시했다.

정부 발표에서는 EU 에코디자인 규정(ESPR)이 ‘포괄 규제’로 커졌다는 점이 강조됐다. 양지우 기후에너지환경부 사무관은 ESPR의 성격을 설명하며 “향후 하위 입법을 통해 품목과 규제 항목이 구체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발표 내용은 ‘대상 확대’가 핵심이었다. ESPR은 에너지 관련 제품 중심에서 벗어나 EU 역내 유통되는 물리적 제품 전반으로 확장될 수 있고, 품목별로 최대 16개 설계 기준과 정보 제공을 요구하는 구조로 설명됐다.
지속가능성 정보를 전자적으로 제공하는 디지털제품여권(DPP)도 규제의 한 축으로 거론됐다. 규정은 프레임을 먼저 깔고, 이후 품목별 세부 기준이 위임입법으로 촘촘히 내려오는 방식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기업 현장에서는 ‘부서 싸움’을 끝내는 방식이 먼저 제시됐다. 이한경 에코앤파트너스 대표는 “에코디자인 규제 대응은 여러 부서가 얽힌 과제”라며 “기업 내 컨트롤타워(PMO)를 중심으로 전환 과제를 통합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설계·구매·품질·법무·ESG가 따로 움직이면 자료는 쌓이지만 실행이 비는 구조가 된다는 진단이다.
이 대표는 ESPR이 제품의 전 과정(Life Cycle)을 관리하고, 순환경제 요건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대응은 한 부서의 ‘규제 대응’이 아니라, 전사 전략과 공급망 협업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을 이어갔다.

포장 분야 규제는 ‘타임라인’이 불안을 키운다고 정리됐다. 오정화 아모레퍼시픽 자문역은 “EU 포장·포장폐기물 규정(PPWR)은 2026년을 목표로 준비해야 할 장기 과제”라며 “기업 단독 대응이 아닌 정부·협회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표에서는 PPWR이 재활용 가능성 등급(DfR)과 라벨링, 재생원료 함량 검증, 포장 최소화 같은 세부 의무가 단계적으로 구체화되는 흐름으로 소개됐다.
특히, 식품 접촉 포장재의 PFAS 제한 등 화학물질 이슈가 품목별로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언급됐다. 포장은 단순히 ‘재활용 잘 되는 재질’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표기·검증·공급망 데이터까지 연결된 규제가 된다는 설명이었다.
연사들은 순환경제가 ‘좋은 활동’의 시대를 지나, 규정과 표준, 데이터가 시장 접근을 결정하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제품은 오래 쓰게 만들고, 고쳐 쓰게 만들고, 다시 돌게 만들어야 한다는 원칙이 이제는 법과 규정의 언어로 내려오고 있다. 기업은 전사 컨트롤타워로 대응을 묶고, 정부와 협회는 업종 단위의 공동 대응 체계를 갖추는 방식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 규제는 길게 오지만, 준비는 이미 지금부터 시작됐다는 메시지가 세션 내내 반복됐다.

*기사 원문
기후위기 ‘적응사회’로··· 지역 데이터와 시민참여가 실행력 만든다 < 특별기획 < 특집 < 기사본문 - 환경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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