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사전평가·거래 인프라·흡수원 사업, 검증 체계가 성패 좌우
‘감축을 증명하는 기술’이 증요··· MRV·데이터 표준이 핵심 인프라

[킨텍스=환경일보] 박준영 기자 = 기후위기와 대기질 악화, 탄소중립 전환이라는 거대한 과제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기술·지자체·산업·시민의 논의의 장이 마련됐다.
‘탄소중립과 클린에어 기후테크 글로벌 컨퍼런스’가 2월 4일부터 6일까지 사흘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제1전시장 1홀 컨퍼런스장에서 개최됐다. 함께 개최되는 2026 기후공기환경산업전(Climate Air Expo)는 7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행사는 환경일보와 ㈜메쎄이상, 한국환경경영학회, 한국환경기술사회가 공동 주최·주관했으며, 기후에너지환경부,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국립환경과학원, 국립생태원, 국립기상과학원,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주한 해외대사관, 한국기후변화학회, 한국전과정평가학회 등 국내외 주요 기관이 후원에 참여했다.
정부·지자체 공무원, 학계·연구기관, 기업 관계자, 시민단체 및 시민 등 약 300여명이 참석해 기후·환경·공기질 정책과 기술, 산업 전환 전략을 공유했다.
행사 첫날인 2월4일에는 개회식과 기조강연, ‘2026 대한민국 ESG 경영대상 시상식’이 진행됐다. 개회사에서 이미화 환경일보 발행인은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은 선언을 넘어 실천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정책과 기술, 산업과 시민이 연결되는 논의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황용우 한국환경경영학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ESG 경영은 기업의 선택이 아닌 경쟁력이며, 탄소중립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핵심 수단”이라며 “이번 컨퍼런스가 지속가능한 환경·산업 전환의 실질적인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SG 경영대상 시상식 이후 진행된 ‘탄소중립과 클린에어 기후테크 글로벌 컨퍼런스’에서는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해법이 기술 개발을 넘어 정량 검증과 시장 작동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
특히, 오후 1세션에서는 탄소중립이 ‘기술 개발’ 단계를 넘어 정량화·검증·거래·확산의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줬다. 투자 이전에 감축량을 산정해 의사결정의 속도를 높이려는 시도가 제시됐고, 기후 관련 자산의 거래·정산·검증을 하나로 묶어 시장 참여 비용을 낮추려는 구상도 이어졌다.
감축 논의는 에너지 전환을 넘어 자원 순환과 자연기반 흡수원 확대까지 범위를 넓혔다. 다만 공통의 전제는 분명했다. 데이터 표준과 MRV, 기준선 설정, 책임소재가 정리되지 않으면 어떤 모델도 신뢰를 얻기 어렵다. 결국 전환의 성패는 ‘혁신의 속도’가 아니라 검증 가능한 숫자와 작동하는 규칙을 얼마나 빨리 갖추느냐에 달려 있다는 메시지가 세션을 관통했다.
목표 상향만으론 부족··· 제도·인프라 동시 전환이 탄소중립 성패 가른다

오일영 기후에너지환경부 기후에너지정책실장은 초청강연에서 “목표를 높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제도와 인프라를 함께 바꾸지 않으면 전환은 지체된다”고 밝혔다. 그는 2026년 정책의 무게중심을 목표 재정렬과 이행수단 정교화에 두고, 2035 NDC 논의와 연동해 산업·전력 부문의 이행 경로를 촘촘히 설계해야 한다고 전했다. 특히 배출권거래제의 운영과 할당 체계가 기업의 투자 신호로 작동하도록 제도 예측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제시됐다.
재생에너지 확대도 단순 보급 목표가 아니라 전력 시스템 전체의 전환으로 설명됐다. 그는 재생에너지 100GW 수준의 보급을 전제로, 이를 뒷받침할 전력망 적기 확충과 계통 유연성 확보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오 실장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설비 보급에만 한정하지 않고 계통 확충, 저장(ESS), 수요관리, 가상발전소(VPP) 같은 유연성 자원까지 포함한 ‘시스템 전환’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거리 송전과 계통 병목 해소를 위한 HVDC 등 망 투자 필요성도 전제 과제로 놓였다.
전기요금과 전력시장 개편은 전환의 비용과 갈등을 좌우하는 ‘정책의 심장부’로 다뤄졌다. 오 실장은 “가격 신호가 왜곡된 상태에서 보급만 밀어붙이면 갈등과 비용만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전력시장의 가격 신호가 왜곡되면 재생에너지·저장·수요자원 투자 모두가 비효율로 흐를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시장규칙 정비와 요금체계의 현실화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석탄 감축·폐지 로드맵과 정의로운 전환도 정책 패키지의 한 축으로 제시됐다. 그는 전환 과정에서 지역·산업·노동이 받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지원 체계가 뒤따르지 않으면 정책 지속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전환 비용을 ‘숨기는 방식’이 아니라 ‘설계하는 방식’으로 다뤄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전체적으로 ‘보급 확대’만으로 탄소중립이 달성되지 않으며, 제도(시장·요금·ETS)와 인프라(망·저장·수요자원)가 동시에 바뀌어야 한다는 정책 프레임을 분명히 했다.
사후보고 넘어 투자단계 ‘사전 감축평가’로··· AI 기반 정량화·검증체계가 신뢰 좌우

이후, 발표세션의 첫 연사로 나선 전승준 인포쉐어 대표는 ‘AI-Driven Ex-ante(사전) 탄소감축평가 플랫폼’을 소개하며 “감축사업은 사후 보고가 아니라 투자 의사결정 단계에서 정량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현장 인벤토리 데이터가 부족한 초기 단계에서도 사업계획서의 비용구조를 환경산업연관분석(EEIOA) 배출계수와 연결해 배출과 감축량을 추정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간접배출까지 포함하는 Scope 3 관점을 적용해 기업들이 실제로 마주하는 탄소 리스크를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동시에 전 대표는 기준선(Baseline) 설정이 느슨하면 감축량이 과대계상될 수 있다는 점을 짚으며 “빠른 추정이 신뢰 훼손으로 되돌아오지 않도록 검증 프로토콜이 함께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 평균 계수 기반 추정의 편향과 업데이트 주기 문제는, 제3자 검증과 표준화 없이는 남는 숙제로 제시됐다.
재난관리, 사후 대응에서 사전 위험저감으로··· AI·데이터 거버넌스가 관건

김병식 강원대 AI기후재난기술융합연구소 교수는 기후위기 시대 재난관리의 중심이 ‘사후 대응’에서 ‘사전 위험 저감’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극한기상과 복합재난이 늘수록 피해를 가르는 것은 대응 의지보다 예측과 의사결정 속도”라며 AI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관측·예측·경보 체계를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기상·수문·지형·사회 인프라 데이터의 결합이 경보 정확도를 높이고, 센서·통신·AIoT 기반의 실시간 모니터링이 현장 상황인지와 자원 배치를 정교하게 만든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다만 김 교수는 데이터 표준 부재, 기관 간 공유 장벽, 개인정보·보안 이슈가 기술 확산을 가로막는 현실을 지적하며 “AI 성능 경쟁만으로는 현장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오경보·미경보 비용까지 반영한 평가 기준, 공공-지자체-민간의 데이터 거버넌스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PPA·REC·배출권 ‘통합 거래’로 신뢰·거래비용 낮춰야··· 표준 데이터·검증 규칙이 핵심

신희진 교보증권 이사는 기후기술 확산의 병목을 ‘신뢰비용’과 ‘거래비용’에서 찾았다. 신 이사는 “PPA·REC·배출권 등 기후 관련 자산이 분절돼 거래되면 정산과 검증이 복잡해지고 참여가 줄어든다”며 통합 거래 시스템 구상을 제시했다. 블록체인 기반 MRV와 스마트컨트랙트 적용 가능성을 언급하며 거래 이력의 추적성과 투명성을 높이면 유동성 확대와 금융화도 가능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신 이사는 “입력 데이터가 부실하면 블록체인은 오류를 고정시키는 장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거래 인프라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표준 데이터 정의와 제3자 검증기관의 책임소재, 감독 체계가 함께 설계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기술이 아니라 규칙이 신뢰를 만든다는 판단이다.
탄소중립, 에너지 밖으로 확장··· AI 기반 순환경제 전환·전과정 성과측정이 관건

이소라 한국환경연구원(KEI) 순환경제연구실 실장은 AI를 활용한 순환경제 기반 탄소중립 고도화 사례를 소개하며 감축을 에너지 부문 밖으로 확장했다. 이 실장은 자원 투입과 폐기물 배출을 줄이는 순환경제 전환이 탄소감축의 구조적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는 분리·선별·재활용 공정의 자동화와 품질 관리, 자원 흐름 데이터 기반 병목 진단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 주요 내용으로 제시됐다.
성과 측정 또한 재활용률 같은 단순 지표를 넘어 전 과정 관점에서 탄소효과를 정량화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담겼다. 동시에 설비·데이터 투자 여력이 낮은 현장, 특히 중소 사업장의 부담이 전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 실장은 “기본 데이터 인프라와 표준을 공공이 제공하지 않으면 전환이 일부 주체의 프로젝트로 축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수변공원, 조경 넘어 ‘탄소흡수·정화’ 기후 인프라로

김한진 한국그린자원 대표는 하천변을 활용한 탄소흡수형 수변공원 조성 방안을 제시하며 자연기반해법(NbS)의 실무 모델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수변공원은 조경 사업이 아니라 흡수원 확대와 수질·토양 정화를 함께 달성하는 기후 인프라”라고 말했다. 기업의 ESG 참여와 공공의 공간·인허가·관리 역할을 결합해 민관 협력 방식으로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나아가 김 대표는 수질 지표 개선 등 실증 데이터를 함께 언급하며 지역 수용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다만 흡수원 사업은 MRV(탄소 배출량의 측정, 보고, 검증)가 약하면 그린워싱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김 대표는 “흡수량 산정 방식과 유지관리 책임, 훼손·재해 시 손실 처리 기준이 명확해야 시장이 움직인다”고 밝혔다.
*기사 원문
[2026 클린에어 기후테크 글로벌 컨퍼런스]탄소중립 ‘숫자 경쟁’ 본격화 < 특별기획 < 특집 < 기사본문 - 환경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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