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희기 경희대학교 교수(전 대한설비공학회장)
[환경일보] 필자는 10여년 전부터 모든 열원의 히트펌프는 신재생에너지 기기로 인정해 줘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 당시 신재생에너지로 이미 포함된 지열뿐만 아니라, 수열 그리고 공기열 히트펌프 등도 일정 성능 이상이면 국제적인 추세에 맞춰 재생에너지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수열 히트펌프가 추가됐고, 공기열을 포함시키기 위해 이제 다시 신재생에너지 개발, 이용, 보급 촉진법과 에너지이용 합리화법의 일부개정안이 입법 예고된 상태다.
제안 이유 및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공기열 히트펌프의 성적계수가 3.0을 넘기 때문에 시급히 포함해야 한다는 대목이 특히 눈길을 끈다. 또 하나의 주요 논리가 EU,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재생에너지로 인정하고 있으니 우리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모르는 사이 난방기간 평균 2.0도 넘지 못하던 성능이 꾸준히 기술개발을 통해 3.0을 넘겼다는 낭보에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어 그동안 주장해 온 내용에 일관성 있게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성적계수(COP)는 히트펌프 열출력을 전기사용량으로 나눈 값이다. 3.0은 전기 1kW를 투입하면 대기에서 2kW의 열(재생에너지)을 뽑아내어 난방 3kW의 출력을 낸다는 의미이며, 냉난방 겸용 시스템에어컨의 난방 모드가 바로 공기열 히트펌프다. 실제 봄, 가을 같은 날씨에는 이 값이 나오지만 영하로 떨어지는 혹한기에는 2.0도 나오기 어렵다. 따라서 난방 기간 평균 성적계수 3.0은 영하로 떨어지는 지역에서는 달성하기 매우 어려운 수치다.
신재생에너지 개정법률안의 신설 내용은 아주 간단하다. ‘아. 공기열에너지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 및 범위에 해당하는 에너지’이다.
필자가 제기한 우려에 대해 대통령령에서 기준과 범위를 잘 정하면 된다고 반론을 펼칠 수도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산하기관인 에너지공단에서 정하게 될 텐데 십중팔구 기존 지열과 수열 히트펌프의 기준을 준용해 가중계수를 결정할 것이다.
이미 지열 히트펌프에 대해서 필자는 문제점을 적시하고 해결안을 제안했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제대로 된 측정과 모니터링을 통해 성능을 보장하자는 것이었는데 현실은 그러하지 못했다. 그리고 일단 법과 시행령이 만들어지면 거의 수정이 불가능하다.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비춰 볼 때 이번에는 잘 만들 것이라 순진하게 믿기지 않는다.
지열 히트펌프 가중계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성능 좋은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을 전혀 구분하지 않고 일률적인 성적계수 3.7을 적용해 산출됐다는 점이다. 성능 좋은 히트펌프를 만들고 잘 천공해 지중 열교환기를 설치해도 하절기에 충분히 많은 열을 축적하지 않으면 지중온도가 떨어져 해마다 성적계수가 계단식으로 떨어지는 것이 이 분야 전문가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유럽과 같이 히트펌프 출력에서 소비된 전기사용량을 빼준 값을 재생에너지로 인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그래서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측정과 모니터링이다. 선진국 따라 하려면 똑같이 해야지 편법은 피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개선을 요구해도 복지부동이다. 오히려 고착화돼 가는 듯하다. 2019년에 새로 포함된 수열 히트펌프에도 지열과 동일한 성적계수를 적용했다. 수열 히트펌프는 하절기 냉방 시에는 재생에너지로서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한다. 지열 히트펌프는 냉방 시 히트펌프에서 방출하는 열을 땅속으로 집어넣어 지중온도를 높여 일종의 계간축열이라는 개념이라도 있지만, 수열 히트펌프는 흘러가는 하천수의 온도를 높이는, 그냥 하천에 열을 버리는데도 재생에너지라고 인정해 주는 격이다.
똑같은 상황이 공기열 히트펌프에도 적용될 것은 불문가지다. 수열과 마찬가지로 하절기 냉방 시에는 대기온도를 높여 지구온난화에 기여하는 제품을 재생에너지 기기로 인정해 주겠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이것을 제대로 고려하면 가중계수는 훨씬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해 온 방식대로라면 성적계수 3.0의 고정값에 냉방 시에도 재생에너지로 인정해 줄 것이 명명백백하다. 국제 기준에도 전혀 맞지 않는다. 그대로 강행하면 한국의 재생에너지 산출량은 엉터리로 판명될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국제적인 추세에 따라 공기열 히트펌프를 재생에너지로 인정해 주되 다음의 세 가지가 반드시 대통령령에 명시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첫 번째, 동절기 난방 시의 평균 성적계수가 발전효율의 역수(약 2.52)보다 높은 것만 인정해 줘야 한다.
두 번째, 설치 후에도 측정과 모니터링을 통해 국제 기준에 따라 재생에너지 양을 산정해야 한다. 기존의 지열, 수열 히트펌프와 같이 성적계수가 3.7이라 가정하고 고정값을 사용해 재생에너지 양을 산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세 번째, 동절기에 생산된 열량만 재생에너지로 간주해야 하며, 하절기 냉방 시 버려지는 열을 재생에너지로 포함시켜서는 안 된다.
주요 선진국에서도 공기열 히트펌프는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 지역에 설치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혹한기 기후의 북유럽과 일본 홋카이도에 설치돼 운영되고 있는지 매우 궁금하다.
필자는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서 연탄보일러는 빼고 히트펌프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왔는데, 이번 개정은 늦었지만 시대 변화에 맞다고 판단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성능 등에 대해서는 신재생에너지법과 마찬가지로 합리적으로 정비되기를 기대한다.
한편 가장 시급히 포함시켜야 하는 것이 하수 열원이지만 자연에서 배출되는 것이 아니라서 재생에너지가 아니라는 논리인데, 쓰레기소각열은 재생에너지로 인정하고 있다. 참으로 희한한 논리이다. 대통령령에 하수를 수열에 포함시키면 아주 간단하다. 부디 다른 산업과 달리 ‘에너지는 정책’이라는 점 잊지 말고 편중되지 않은 전문가들의 고견을 경청해 결정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사 원문
[기고] ‘공기열 히트펌프’의 재생에너지 포함을 우려하며 < 기고 < 오피니언&피플 < 기사본문 - 환경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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