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도시침수·산업용수까지··· 정책-산업 시너지 과제로
재난 대응 넘어 기후테크로, 장기 물안보 전략 재구성해야

[더플라자=환경일보] 박준영 기자 = 기후위기 장기화로 물 가용성 불안과 홍수·가뭄 복합 재난이 일상화되는 가운데, 물관리 정책과 물산업을 함께 재설계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22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물산업 전망 2026’에서는 녹조 대응과 수자원 다변화, 기존 인프라 활용 중심의 홍수 대응은 물론, 공공 조달 구조 개편과 기후테크 관점의 산업 전환 과제가 집중 논의됐다.
이번 행사는 물산업의 해외 진출을 넘어 국내 물관리 체계와 산업 구조 전반을 짚고, 기후위기 시대 물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홍승관 한국물산업협의회장은 개회사에서 물산업이 직면한 환경 변화를 강조했다. 홍 회장은 “기후변화는 물 이용과 관리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며 “물 가용성 문제는 일부 지역의 이슈를 넘어 산업 전반이 체감하는 현실적 과제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담수화, 물 재이용, 고도 정수 처리 기술이 새로운 기회인 동시에 높은 비용과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기술 경쟁력과 사업성을 함께 검증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한승 기후에너지환경부 차관은 축사에서 물관리 정책과 산업의 통합 필요성을 짚었다. 금 차관은 “물관리 일원화 이후에도 수량과 수질, 관리와 산업 간 시너지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며 “기후위기 속에서 과거의 관리 패러다임으로는 미래 리스크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물산업을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키우기 위해 정부가 제도적·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복합 재난’ 대비 물관리 전환 시사
이정용 기후부 물관리총괄과장은 ‘2026년 물관리 정책 추진 방향’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가뭄과 홍수가 동시에 발생하는 복합 재난을 향후 물관리의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이 과장은 “강릉 가뭄 사례는 단일 수원에 의존한 공급 구조의 한계를 분명히 보여줬다”며 수자원 체계의 다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녹조 문제와 관련해서는 오염원 감축과 보 개방 확대, AI 기반 하수처리 도입을 주요 대책으로 제시했고, 4대강 보 처리 방안에 대해서는 “지역 의견과 축적된 데이터를 토대로 실용적이고 과학적으로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홍수 대응에서는 신규 시설 건설보다 기존 댐과 저수지, 수자원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 대응력을 높이겠다는 정부 방침을 분명히 했다.
학계 “물안보·산업 구조, 기후위기 시대 재설계 필요”

기후위기 대응이 ‘감축’에서 ‘적응’으로 확장되는 흐름 속에서, 물산업을 기후테크 관점에서 재정의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홍승관 한국물산업협의회장은 물관리 기술을 적응 중심의 핵심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탄소 감축 중심의 기후 대응에서 벗어나 기후위기에 적응하는 기술에 대한 투자와 정책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물산업은 기후테크 전환을 통해 민간 투자와 해외 시장 진출을 동시에 확대할 수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물안보가 산업 경쟁력의 전제가 됐다는 경고도 이어졌다. 유철상 한국수자원학회장은 “도시 침수와 중소하천 피해는 앞으로 더 잦아질 수밖에 없다”며 “수도권조차 여유 수자원이 없는 상황에서 대규모 산업 수요를 감당할 물 공급 체계가 마련되지 않으면 국가 경쟁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물 문제를 산업·에너지 문제와 분리해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산업 구조의 ‘게임의 룰’도 도마에 올랐다. 김두일 대한상하수도학회장은 “국내 물산업은 여전히 공공 조달과 최저가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다”며 “기술 혁신에 성공한 기업이 오히려 공공 시장에서 배제되는 역설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과기반 계약 도입과 기술 혁신을 유도하는 조달·운영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질 이슈는 기후변화의 변수까지 포함해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김성표 한국물환경학회장은 “녹조 증가는 일부는 관리할 수 있지만, 수온 상승과 강우 패턴 변화처럼 제어 불가능한 요인도 분명히 존재한다”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통합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처리 하수와 도시 침수 이후 감염병 위험, 미량 오염물질 문제를 함께 언급하며 “수질·환경·보건을 분절적으로 보지 말고 패키지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논의에서는 물관리 정책이 재난 대응 중심의 단기 처방에 머물 경우 한계가 뚜렷하다는 문제의식이 공유됐다. 기후위기 장기화 속에서 물안보를 산업 경쟁력과 에너지, 보건 문제와 연계해 재설계해야 한다는 점이 향후 물산업 정책의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기사 원문
'기후변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 “AI 전력수요 과장··· 신규 원전 계획 원점 재검토해야” (0) | 2026.01.29 |
|---|---|
| 석유화학 전환 비용, 수소화보다 전기화가 절반 (0) | 2026.01.29 |
| “이게 재생에너지?” 공기열 히트펌프 속도전 논란 (0) | 2026.01.28 |
| 재생 100GW 목표, 전력시장 개편 없인 어려워 (0) | 2026.01.28 |
| 소비자 전기요금으로 화력발전 연명하나? (1) | 2026.0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