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필름류 수입 금지 3년··· 거래처 잃고 수출 경쟁력 약화, 고사 위기
수입 PET 80%는 단섬유 원료, 가공 후 재수출 ‘순환자원 지정’ 필요
[환경일보] 박선영 기자 = 2022년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액은 541억 달러였다. 타이어 코드, 에어백, 흡음재, 안전벨트, 휠가드, 쿠션재, 카펫은 대표적인 자동차 내외장재다. 타이어 고무 내부에 들어가는 섬유 재질 보강재인 타이어 코드는 내구성과 안정성을 높인다. 자동차 내외장재의 50%, 침장류 20%, 의류 15%, 건축·토목·농업 제품을 만드는 재료의 15%가 재생화이버(Recycled Fiber, 단섬유)다. 의자 소음 방지 부직포 원재료도 재생화이버다. 이처럼 쓰이지 않는 곳을 더 찾기 힘들 정도로 사용량이 많은 재생화이버를 생산하는 국내 업체는 50여 곳이다.
전기자동차 생산이 늘고 소음, 난연에 대한 부분이 강조되며 전 세계적으로 재생화이버 사용처가 증가했다. 반면 우리나라 재생화이버 업체는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2018년 전후로 리사이클 붐이 일며 재생화이버 업체가 많이 생겼지만 지난해 몇 개 업체가 문을 닫았다.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업계 전체가 침체에 빠진 것은 아니다. 재생화이버 생산 기술은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이 대다수 업체 관계자 의견이다. 다만, 원료 부족이 업계를 고사위기로 몰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재생화이버 업계는 생산량의 50% 이상을 수출해 왔다(연 33만톤, 346달러 규모). 재생화이버 생산 원료는 페트(PET), 파사, 필름(Sheet), 폴리머벌크 등이다. 원료를 분쇄해 플레이크(flake)칩, 팝콘칩으로 제조하고 이를 최종 제품인 화이버(단섬유)로 만든다.
환경부 수입 폐기물 품목 고시는 2020년 6월30일 이뤄졌다. PET는 PP, PE, PS 등과 함께 제2조 수입금지 품목(폐합성고분자화합물)으로 지정됐다. PET 수입 제한 이유는 ‘국내 폐기물 재활용 촉진’이었다. 이와 관련해 재생화이버 업계는 PET 수입으로 유통 단가가 떨어지면 회수가 줄어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수입금지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수입 금지로 단가를 끌어올리고 회수율을 높이는 과정에서 일방적인 희생이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결과적으로 2020년 6월 수입 폐기물 품목 고시 후 재생화이버 업체들은 원료 부족과 가격 상승으로 기존 거래처를 잃고 수출 경쟁력이 약화됐다. 한국환경공단 자료에 따르면 PET(잡색) 압축품 가격이 2020년 233원/kg에서 2023년 8월 기준 515원/kg까지 올랐다. 현재 국내 재생화이버 업계 가동률은 80% 수준이다.
수입을 금지한 환경부 입장은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지만 이로 인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소기업들의 목소리는 좀처럼 듣기 힘들다. 본지는 전국 50개 재생화이버 업체 중 생존 위기를 토로하는 몇 곳을 찾아 재생화이버 원재료 수입금지로 발생한 문제는 무엇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논의가 필요한지 짚었다.
*기사 원문
'환경·생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회용품 규제 포기한 정부··· 소상공인 피눈물 (2) | 2024.01.18 |
---|---|
국내 유일 공기환경 전시회 ‘공기환경산업전’ 내달 22일 개막 (0) | 2024.01.16 |
“기후 대응 물관리, 농업용 저수지 활용도 높여야” (0) | 2023.12.18 |
“지속적인 대기오염물질 감축, 탄소중립 연계 정책 필요” (1) | 2023.12.11 |
이상기후에 갈라지는 시설물, 관리 체계는 한계 (1) | 2023.1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