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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비소리와 밭담, 제주가 지키는 유산 ③]권미선 제주해녀박물관 학예연구사 인터뷰

더좋은환경 2025. 9. 10. 14:31

 

해녀어업 잇는 살아있는 문화 플랫폼, 제주해녀박물관

해녀 삶과 도구 전시 넘어 교육·공연으로 문화 계승
바다 품은 여성 공동체, 해녀어업의 가치 세계가 인정
GIAHS 지정에도 변화 미미··· “정책·사회적 관심 절실”

 

권미선 학예연구사는 GIAHS 등재에 대해 상징성과 의미는 크지만, 현장의 변화는 아직 미흡해 앞으로 정책적·사회적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진=박준영 기자

 

[환경일보] 박준영 기자 = 제주해녀어업은 맨몸 잠수로 해산물을 채취해 온 여성 공동체의 전통 어업으로, 농업과 어업이 긴밀히 연결된 독특한 생계방식을 이어 왔다. 특히 해녀들이 바다에서 채취한 해조류를 밭의 비료로 활용하며, 바다와 육지가 순환하는 ‘어업–농업 시스템’을 형성했다. 이 독창적 생태 순환 구조는 지난 2023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로부터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으로 지정되는 배경이 됐다.

세계중요농업유산은 단순한 전통의 기록이 아니라, 오늘날까지 유지되는 살아있는 농업·어업 시스템을 보전하고 계승하기 위한 제도다. 제주해녀어업은 다섯 축인 ▷식량과 생계 ▷농생물다양성 ▷전통지식 ▷사회적 규범과 공동체 ▷바다경관 등을 충족시키며 그 가치를 입증했다.

제주해녀박물관 전경 /사진제공=제주해녀박물관

제주해녀박물관 차원에서는 이러한 가치를 국내외에 알리고, 은퇴 해녀 교육, 불턱 토크쇼, 해녀 작가 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적 계승을 이어가고 있다. 환경일보는 권미선 제주해녀박물관 학예연구사를 만나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서 해녀어업의 의미와 박물관의 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Q. 해녀박물관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전시물은 무엇인가

박물관은 값비싼 유물이 아니라 해녀들의 삶과 도구를 전시하는 공간입니다. 그중에서도 ‘물소중이(전통 작업복)’는 해녀들이 직접 바느질해 만든 귀한 유물로, 지금은 구하기 어려운 상징적 존재입니다. 또한 해녀들이 바다에서 반드시 사용했던 ‘테왁망사리’ 역시 제작 과정이 복잡하고 공동체 협력이 필요한 도구로, 해녀 문화의 정수를 담고 있습니다

해녀박물관에 전시된 해녀의 생활도구 /사진제공=제주해녀박물관

 

Q. 외국인 관람객들이 해녀 문화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떤가

외국인들의 관심은 매우 높습니다. 다큐멘터리 촬영이나 자료 요청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으며, 특히 스페인 바스크 지방에서 자체 풍습과 제주 해녀 문화를 비교하며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해녀라는 직업과 공동체가 숨을 참고 바다에 들어가 생계를 이어가는 모습은 외국인들에게 대단한 문화적 가치로 다가옵니다

Q. ‘제주 해녀 어업 시스템’이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 이후 체감하는 변화라면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사실 자체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직접적으로 체감되는 변화는 아직 크지 않습니다. 제도적 차원에서 구체적인 지원이나 변화가 부족하다 보니, 해녀들은 여전히 일상적인 생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지정이 갖는 상징성과 가치가 분명하기 때문에, 앞으로 정책적·사회적 관심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주해녀어업은 바다와 육지가 순환하는 독창적 생계방식으로, 해조류를 비료로 활용한 어업–농업 시스템이 2016년 GIAHS 등재의 기반이 됐다. /사진=환경일보DB

 

Q. 등재 과정에서 박물관이 한 역할은 무엇인지

등재 추진은 관련 정책 부서가 주도했지만, 현장 자료와 증거는 박물관이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실사 코스 준비, 해녀 섭외, 마을 해설사 연결 등에서 적극적으로 협조했고, 축적된 자료를 제공했습니다. 현장에 뿌리내린 박물관이 없었다면 어렵던 과정이었습니다.

Q. 제주해녀어업이 GIAHS로 선정된 결정적 이유를 뽑는다면

명칭을 ‘해녀 어업 시스템’으로 정한 것이 핵심이었다고 봅니다. 이는 단순 어업이 아니라 전통적 방식이 오늘날까지 생계 수단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만약 단순히 잠수부가 채취한다면 경제활동일 뿐 해녀 어업은 아닙니다. 전통과 공동체적 방식이 이어져 온 점이 선정 이유였습니다.

제주해녀박물관 전시관 내에 해녀들이 불턱에 둘러앉아 있는 모습을 재현한 모습. 불턱은 해녀들이 옷을 갈아입거나, 언 몸을 녹일 수 있게 불을 지피는 공간이다. /사진제공=제주해녀박물관

 

Q. 최근 해녀 공동체의 자원 관리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사례가 있나

사계리 마을은 좋은 사례입니다. 다른 지역과 달리 해녀들과 어촌계가 철저한 규칙을 지키며 자원을 관리해 전복·소라·미역 등이 꾸준히 생산됩니다. 특히 잔소라(7cm 미만 소라)를 다시 바다에 놓아 키우는 방식은 해녀들의 자율적 규범이 지속가능성을 지탱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Q. 해녀를 위한 행정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지원 상황은 어떤지

해녀 문화는 다른 어떤 유산보다도 많은 관심과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제주도에서는 매년 약 270억원 이상의 예산을 해녀들을 위해 직·간접적으로 집행하고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보면, 복지 분야에서는 해녀 진료비 지원, 고령 해녀수당과 은퇴수당, 신규 해녀 가입비 지원 등 약 154억원이 투입되고 있습니다.

소득 분야에서는 수산종자 방류와 소라 가격 안정 지원에 73억원,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 해녀 탈의장 운영비 등에 11억원, 문화 전승을 위해 해녀축제와 해녀문화 콘텐츠 보급에 24억원이 지원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꼭 강조하고 싶습니다.

권미선 학예연구사는 해녀박물관은 해녀들의 삶을 전시하는 공간이며, 그중 '물소중이'와 '테왁망사리'는 해녀 문화의 상징과 정수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사진=박준영 기자

 

Q. 앞으로 박물관이 준비 중인 전시나 프로그램이 있다면

현재 박물관에선 은퇴 해녀를 강사로 초청해 ‘해녀를 만나다’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매월 마지막 수요일에는 ‘불턱 토크쇼’를 통해 해녀들이 직접 무대에 섭니다.

영어 통역이 가능해 외국인 반응도 뜨겁습니다. 또한, 해녀 출신 작가들의 그림·사진 전시도 준비 중이며, 앞으로는 단순 전시를 넘어 해녀들이 직접 참여하는 공연·교육·문화 활동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기억을 넘어, 살아있는 문화 플랫폼으로”

제주해녀어업은 단순한 전통 어업이 아니라, 바다와 육지가 맞물려 형성된 생태 순환과 공동체 규범의 결정체다.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는 이러한 가치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았음을 의미하며, 동시에 이를 지켜내야 할 과제를 우리에게 남겼다.

해녀박물관은 이제 과거의 기억을 전시하는 공간을 넘어, 은퇴 해녀의 경험을 교육으로, 현역 해녀의 삶을 공연과 전시로 잇는 살아있는 문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해녀 문화가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유산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박물관의 역할과 지역사회의 노력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기사 원문https://hkbs.tistory.com/manage/newpost/?type=post&returnURL=%2Fmanage%2Fposts%2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