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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의달 특별기고] 일찍 찾아 온 더위가 가르쳐 준 기후변화 적응의 길

더좋은환경 2026. 6. 10. 15:16
이창석 국립생태원 원장

 

 

이창석 국립생태원장 /사진제공=국립생태원

 

[환경일보] 아직 5월인데 한낮 기온이 30℃를 훌쩍 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벌써 열대야 현상까지 나타났다. 예년 같으면 초여름의 문턱에 불과한 시기다. 하지만 올해는 계절이 한 달 이상 앞당겨진 듯하다. 이제 더위는 더 이상 여름철 불편함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과 생존을 위협하는 새로운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이라는 설명을 굳이 덧붙이지 않더라도 시민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충분히 심각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더위를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 그리고 앞으로 더욱 빈번해질 폭염에 어떻게 적응해야 할까. 답을 찾기 위해 가장 더운 시간에 직접 도심을 걸어보았다.

아스팔트 위에 들어서자마자 땀이 맺혔다. 강한 햇빛과 달궈진 콘크리트는 체감온도를 더욱 높였다. 우선 건물이 만든 그늘로 들어가 보았다.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어 한결 나았지만 여전히 답답함은 남아 있었다. 건물과 건물 사이 공간으로 이동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바람이 흐르면서 훨씬 시원하게 느껴졌다. 그늘만큼이나 바람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가로수 아래로 들어가 보았다. 건물이 만든 그늘과는 분명히 달랐다. 햇빛을 막아주는 것은 물론 공기 자체가 더 시원했다. 나무가 수분을 내보내는 증산작용 덕분이다. 숲띠가 조성된 녹지축을 따라 걸을 때는 폭염 속에서도 견딜 만한 환경이 만들어졌다. 전통 정자에 올라가 보니 조상들의 지혜가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사방이 열려 있어 바람이 통하고 주변 녹지와 어우러져 자연 냉방장치 역할을 하고 있었다.

분수 주변도 찾아가 보았다. 물을 직접 맞지 않았지만 냉각 효과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더 큰 차이는 하천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물길을 따라 바람이 흐르고 있었고, 특히 수변식생이 조성된 구간에서는 더위를 잠시 잊을 정도의 쾌적함이 느껴졌다. 물과 식생이 결합된 공간이 만들어내는 효과는 생각보다 훨씬 강력했다.

이러한 경험은 기후변화 적응 전략의 방향을 시사한다.

첫째, 도시 곳곳에 더 많은 나무를 심어야 한다. 폭염 시대에 나무는 단순한 조경시설이 아니다. 나무는 그늘을 제공하고 증산작용을 통해 주변 온도를 낮추는 천연 에어컨이다. 실제로 동일한 기온에서도 녹지가 풍부한 공간과 콘크리트 공간의 체감온도 차이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따라서 도시의 녹지 확대는 환경정책이자 보건정책이며 복지정책이다.

둘째, 도시의 바람길을 확보해야 한다. 아무리 그늘이 많아도 공기가 정체되면 열은 빠져나가지 못한다. 도시계획 단계에서부터 지역의 주풍향을 고려해 녹지축과 개방 공간을 연결하고, 바람이 흐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최근 도시 열섬현상 완화를 위한 바람길 숲 조성 사업이 확대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셋째, 물과 녹지가 결합된 수변공간을 적극적으로 확충해야 한다. 특히 과거 개발 과정에서 덮어버린 복개하천의 복원은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천은 도시의 바람길 역할을 하며 수변식생과 결합될 경우 냉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청계천 복원 이후 주변 지역의 평균 기온이 약 0.7℃ 낮아진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좁은 폭의 하천 복원만으로도 도시 기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이미 입증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적응 전략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인류는 기후변화의 원인인 온실가스를 계속 배출하고 있지만 이를 흡수하는 능력은 매우 제한적이다. 서울의 경우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비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이미 배출된 온실가스는 수십 년에서 수백 년 동안 대기 중에 머물며 지구온난화를 지속시킨다.

물론 탄소중립을 위한 감축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감축만으로는 이미 진행 중인 기후변화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 이제는 적응 전략을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 폭염과 집중호우, 가뭄과 같은 기후위험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도시 구조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일찍 찾아온 더위는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기후위기는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해법 역시 멀리 있지 않다. 나무가 만든 그늘, 숲이 연결한 바람길, 물과 식생이 어우러진 하천과 습지 속에 이미 답이 있다. 앞으로의 도시정책은 더 많은 콘크리트가 아니라 더 많은 자연을 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기후변화 시대에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남는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적응 전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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